켄 윌버의 [ 통합비전 ]을 읽고
‘삶, 종교,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혁명적인 통합 접근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은 나 자신 혹은, 가족 친지들 중 누군가 혹은, 어떤 사회적, 문화적 조류들의 현재상황이나 문제점, 당면과제들을 분석할 때,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때, 고려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포괄적이고 핵심적인 그 모든 사항들을, 단순한 형태(4분면)로 제시하고 있다.
나(너 혹은 그)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유형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등의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고, 스스로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도록 의식의 상태에서 발달의 단계, 수준, 라인, 상태, 타입 등등의 예를 들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분석할 때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의 이분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4분면의 어느 한 쪽 성향이 발달한 것 즉, 발달이 치우쳐진 성향(상태)에 있음을 완곡하게 표현하며, 더 좋고 더 나쁘다는 판단을 경계하라고 한다. 4분면의 어느 한 쪽이 우세할 수 있으며 그렇게 살고 안 살고는 본인의 자유의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통합적인 삶을 위한 훈련을 제시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라’ 고 은근하게 그러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권유한다.
다음은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본 것이다.
우리 자신의 생명과 의식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나 자신과 내가 서 있는 멋진 신세계에 대한 포괄적인 지도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의식의 가장 본질적인 양상은 무엇인가?
캔 윌버는 책의 서두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통합적인 또는 포괄적인 지도를 보여준다.
다섯 가지 중요한 인자를 이용하여 이 지도를 만들 수 있었으며, 그것들은 4분면, 수준, 라인, 상태, 타입의 다섯 가지 요소로 지금 당장 우리의 의식에 적용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의식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통합적인 접근은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세상을 보다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으로 보는데 도움을 준다.
통합운영체제 또는 IOS는 통합지도의 다른 말이다. 이 통합지도의 사용처는 인간의 모든 활동 예컨대 사업, 심리학, 의학, 정치, 생태학, 문화예술, 영성 등 모든 활동을 위한 색인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덕적 발달단계는 ‘나’에서 ‘우리’ 그리고 ‘우리 모두’ 혹은 ‘몸’ ‘마음’ ‘영’의 발달단계(수준)이다.
발달의 라인은 다중지능 같은 한 측면이 발달하고, 여러 측면이 균등하게 발전하지 않아서 이런 면은 좋은데 다른 면은 별로다 하는 그런 상태, 장점과 약점의 공존 상태 이며 이것이 꼭 잘못된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통합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은 모든 영역의 지능이 뛰어나게 된다는 또는 모든 발달라인이 3단계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사이코그래프를 있는 그대로 잘 이해함으로써 보다 더 통합적인 자기 이미지를 갖고 미래의 발달을 계획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통합적인 앎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발달 라인을 마스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라인의 상태를 자각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패턴들을 아퀄 AQAL 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4분면, 모든 수준, 모든 라인, 모든 상태, 모든 타입을 간략하게 줄여서 표시한 것이다. AQAL은 IOS 또는 통합지도를 일컫는 다른 말이다.
세상에 드러나는 모든 사건은 어떤 것이라도 ‘그것’ 차원(객관적인 사실 차원)에서 볼 수도 있고, ‘우리’(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가)의 차원에서 볼 수도 있으며, ‘나’(내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의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통합적인 길은 이 모든 차원을 함께 고려하며 ‘나’ ‘우리’ ‘그것’ 또는 자기, 문화, 자연 차원을 동시에 봄으로써 보다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아무것도 가지 못한다. ‘나’와 ‘우리’와 ‘그것’의 차원이 이토록 근본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4분면으로 나누어서 통합을 위한 기초 뼈대 또는 IOS의 기초로 삼는다. (여기서 ‘그것’차원은 단수와 복수로 다시 나뉜다.)
즉 4분면은 개인의 내면(나)과 외면(그것), 집단의 내면(우리)과 외면(그것들)을 일컫는 것이다.
개인의 내면은 어떤 사람의 생각, 느낌, 감각 등 주관적인 자각과 1인칭과 관련된 용어이며, 개인의 외면은 어떤 사람을 밖에서 볼 때 드러나는 것들 특히 육체적인 행동, 물질적인 구성요소, 물질과 에너지, 구체적인 몸 등 3인칭(그것)으로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우리(유기체)를 내면으로 보느냐 밖에서 객관적인 ’그것‘으로 보느냐의 차이이고 어느 것이 맞고 틀리는가의 문제는 아니다. 동일한 유기체를 두 가지 다른 관점에서 본 것일 뿐이며, 문제는 둘 중에 하나를 부정하거나 놓칠 때 생긴다. 어떤 통합적인 접근에도 4개의 4분면은 모두 포함되어야만 한다.
우리, 집단의 내면인 문화적 차원이 있고, 그것들, 집단의 외면인 사회적 차원이 있다.
모든 4분면은 성장과 발달과 진화를 보여준다. 성장이란 이전 단계를 품고 포괄하며, 그것을 초월하여 다음 단계로 전개하는 발달이다.
어떤 종류의 영성을 지니기 위해서 꼭 어떤 라인의 최고 수준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성자체도 최상위 단계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모든 수준을 통과하면서 성장하고 발달한다. 영적인 지성에 대한 정의는 ‘어떤 사람의 궁극적인 관심이 곧 영적인 것’ 이라고 폴 틸리히는 정의한다. 우리는 100% 모든 사람이 영적인 지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어떤 라인에서든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결과들은 성장의 어느 수준 어느 단계에 있든지 간에 심오하고 확실한 종교적인 체험, 절정체험, 또는 변성의식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변함없이 보여준다. 이런 절정체험이 가능한 이유는 주요 의식상태 (깨어 있는 거친 상태, 꿈꾸는 정묘한 상태, 형태가 없는 원인이 되는 상태, 비이원적인 상태)의 대부분이 늘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성상태 체험은 여러분이 도달해 있는 의식 단계(수준)에서 영적인(명상적인, 변형된) 상태를 해석할 것이다. 모든 의식의 물결에, 그리고 각 의식의 물결에 영spirit이 현존한다. 영은 스스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매 수준마다 그 수준에 존재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의식, 나의 성장, 나의 변형, 나의 깨달음 등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실제적이고 체험적인 통합적 접근을 할 수 있을까? 여기 통합적인 삶을 위한 훈련과정이 있다. 몸, 마음, 영, 그림자(무의식)의 성장을 도모하는 이 두 4분면을 위한 훈련을 핵심 모듈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의 몸은 물질적인 몸, 정묘한 에너지 몸, 원인이 되는 초월적인 몸 등 세 몸을 말한다.
‘세 몸 훈련’을 위한 1분 모듈이 있다. 웨이트 리프팅, 유산소 운동, 초점 강도 훈련, 태극권, 기공, 요가 등등 예시된 것들 중에서 각각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선택해서 훈련하면 된다.
통합적인 삶을 위한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모듈은 아마 마음 모듈일 것이다.
마음 모듈은 몸과 영을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몸과 영을 하나로 묶는다. 마음 모듈 훈련을 함으로써 모든 것에 자기에게 꼭 맞는 자리가 있으며, 모든 것의 의미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래서 삶에 의미가 생기는 것이 이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빨리 나타나는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모듈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림자 모듈이 더 중요하다.
‘그림자’는 개인의 무의식 또는 우리가 억압하고, 부정하고, 해리시키고, 내 것이 아닌 양 제껴 놓은 심리적인 실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실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고통스러운 신경증, 강박관념, 두려움,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통스러운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건강한 셀프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 실체를 노출시키고, 친숙해지고,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명상으로 이 그림자의 실체를 드러내고 풀어내려는 노력이 수십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속됐지만 그림자의 실체에 손도 못 댄 채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을 찾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접근하려했기 때문이다.
명상은 감수성과 느낌을 증폭시킨다. 증폭된 의식으로 자신의 우울한 느낌이나 슬픔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림자의 실체를 보려면 레이저 같은 심리치료가 요구된다.
게슈탈트 요법에서부터, 정신분석 요법, 교류분석 등 그림자를 다루는 효과적인 심리요법들이 많다. 다른 형태의 신경증 치료나 인지와 대인관계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내면 상태에 대한 일기를 쓰거나 스스로의 내면과 소리를 내어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어떤 식으로라도 그림자 작업을 하지 않으면 통합적인 삶을 위한 훈련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림자 모듈 훈련에서는 그 사람을 마주 대하고, 거부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품어라.
그런 다음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그의 시각을 자기 것으로 여기고 그가 되라. 이 과정을 마음속으로 진행하면 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과연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으니까... 그러나 여러번 읽어감에 따라 책의 내용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짐에 따라 점점 희망이 커져간다. 요가를 수련하고 명상 특히 위빠사나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수련을 해보는 시점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성취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최상위 수준의 영성만을 보려 하지 말고 의식의 각 수준마다, 단계마다 그에 걸맞는 영적인 지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영성 자체도 의식의 모든 수준을 통과하면서 성장하고 발달한다고 하지 않는가.
성장이란 이전 단계를 품고 포괄하며, 그것을 초월하여 다음 단계로 전개하는 발달이며, 어떤 단계를 건너뛰고 한 순간에 최상위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매일매일 하루 1분씩이라도 꾸준히 훈련하는 길만이 의식이든 영성이든 발달을 가져올 수 있는 길이지 않겠는가. 통합적인 발달과 함께 하면서...
이 책에서 또한 인상 깊은 대목은 ‘그림자’에 대한 부분이다. 켄 윌버는 그림자는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2013년 여름에 위빠사나 명상을 배우려고 호두마을 집중명상코스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지도법사님께서 자기자신을 알수있는 심리적인 질문들을 몇가지 내어주시고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명상을 하라고 하셨다. 우울한 어린 시절로 인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뭔지 모를 응어리가 가슴을 꽉 막고 있었는데, 그렇게 명상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답답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와,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과 ,그때의 상황들을 통합적으로 보게되고 그렇게 밖에 될수 없었던 상황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객관적인고통의 실체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후에 내 내면이 풍요로워지고 고요해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그림자를 본 이후로는 더욱 더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타인들을 볼 때 정작 본인들은 알고 있을까 생각이 드는 잠재된 그들의 고통이 느껴지고, 그러나 섣불리 말하지도 못하고 어찌 할 도리 없이 혼자 안타까워해야만 하는 상황이 심화 되는 것 같다. 나의 고통도 지켜봐야 하고 타인의 고통도 지켜봐야 하고... 가끔은 그게 힘들어서 눈 감고 귀 틀어막고 앉아있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결론은 내가 좀 더 성장해서 나와 우리의 아픔들을 껴안을 수 있는 자비심이 내 안에 충만해지도록 나를 발달시켜나가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음을 이제 알겠다.
그 여정에 어쩌면 4분면을 활용하여 몸, 마음, 영의 통합적인 발달로 나아간다면 나, 우리, 그것들 모두를 아우르며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고, 고통보다는 행복지수가 더 높아가지 않겠는가. 그것은 또한 나, 가족, 사회, 국가, 세계, 지구, 우주 차원으로 확대되어 가지 않겠는가...
4분면을 활용한 명상 후기를 서술해야 과제물이 완성되겠지만 그건 차후로 미루어야겠다. 현재 위빠사나명상과 호흡수련을 하고 있고, 다른 여러 명상법들을 두루두루 활용해가면서 내면과 영성을 살찌우는 일은 그 어떤 일 보다도 가치 있는 일임을 알기에... 또한 나에게 있어 명상수련은 언제나 기꺼운 일이니까...
항상 그대가 느끼고 있는 바로 그 ‘나임 I AMness’에 머물러라.
그것은 그대 안에서 그리고 그대로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어나지 않는 영이다.
상황에 따라 그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연출하라.
그러나 늘 모든 것의 근거에 머물도록 하라.
완전히 명백한 ‘나임’ 상태에 머물면서, 그 ‘나’가 창조한 세상에서 그대의 몫을 살아라.
이제 새로운 아침이고, 새 날이고, 새 사람이다. 새로운 인간은 통합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2015.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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