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병운 . 정 관채 염색장의 전통 쪽 염색법 비교
전통 쪽 염색의 분류
쪽 염색이란 우라나라의 대표적인 천연염색으로서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쪽 풀에서 추출한 색소로 염색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전통 쪽 염색의 경우 ‘생엽염색’과 ‘발효염색’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생엽염’은 쪽의 생즙을 내어서 하는 염색으로 ‘생쪽 염색’이라고도 하며, 발효염색에 비해 염색방법이 간단하고 견직물을 염색하기에 적합하나, 생쪽을 구할 수 있는 시기가 제한적이라는 것과 면.마직물 같은 식물성 섬유에는 염색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발효염색’에는 영남식과 호남식이 있다.
‘영남방식 발효염색법’은 생석회를 구하기 힘든 지리적인 여건에서 발전된 방법으로 쪽잎의 색소를 추출한 쪽물에다 잿물을 가하여 일주일간 발효시켜 염색하는 방법으로, 쪽염의 투명성과 견뢰도가 높은 장점이 있으나, 짙은 색을 얻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한 쪽의 채취가 가능한 시기에만 염색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호남방식 발효염색법’은 쪽물의 침전염색법으로서, 쪽을 삭힌 후 생석회와 쪽의 인디고 색소를 결합시키는 과정을 거친 다음 침전액(니람)을 잿물에 발효시켜 쪽 염색을 하는 방식이다. 니람의 형태로 쪽 염료 보관이 가능하여 언제든지 염색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발효과정이 까다로워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영남방식에 비해 색이 탁하다는 단점이 있다. 윤병운 염색장과 정관채 염색장의 쪽염색은 호남방식의 발효염색법이다.
윤 병운 염색장의 쪽 염색방법- 나주 문평 명하 마을에서의 쪽 염색
1.석회가루 만들기
잘 손질된 자연산 굴 껍질(이물질 제거. 수세. 건조)을 황토가마 속의 장작더미위에 쌓아놓고, 불을 때서 굴 껍질이 잘 타게 아궁이 입구를 완전히 봉하여 주고 24시간 동안 굽는다. 불 꺼진 후 하루 동안 식힌 다음 굴 껍질만 골라내어 항아리에 보관해둔다. 사용할 때는 체로 쳐서 가루를 받아내 사용한다.
2.잿물 내리기
쪽 물을 받아낸 후 건져낸 쪽 대를 말려 두었다가 그것을 태운다. 더운 재를 쓸어 모아 시루에 담는다. 끓는 물을 시루 위로 부어 잿물을 내린다.
3.염료 만들기
8월 초순 쪽의 길이가 60~80cm 자랐을 때 이른 새벽에 수확한다.
쪽을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고 빗물을 붓는다. 쪽이 완전히 잠기게 항아리 입구까지 물을 채워 놓고 날씨에 따라 1~2일 정도 담가두어 쪽 색소가 우러나오면 쪽 대가 삭고 흐물흐물 해져 있는데 이 때 건져낸다.
쪽물 한 항아리(열 말)에 석회가루 1바가지(3~4홉) 비율로 해서 먼저 쪽물을 조금 덜어내어 석회가루를 잘 풀어준 후 쪽물 항아리에 넣고 당그래로 힘차게 저어준다. 계속 저어주다 보면 파란 거품 일며 물빛이 청보라색(청록빛)으로 변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하루 동안 방치해두면 위에 누런물이 생긴다. 이 물을 따라내고 아래쪽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퍼낸다. 침전쪽을 항아리에 담아 그늘에 두면 3~4일 후 쪽앙금만 남는다. (이것을 ‘니람’이라 한다.)
쪽앙금을 잿물에 혼합하여 항아리에 담고 발효실에서 2주에서 한 달간 발효시키면 색깔이 투명해지면서 염액이 완성된다.
4.염색하기
쪽물에 염색할 천을 밀어 넣으면서 담고 천이 공기에 접촉되지 않게 염액 속에서 상치기 하면서 1시간 정도 놔두었다가 건져낸다. 꺼내자마자 물에 헹구어 주고 건조시킨다. 다음날 같은 방법으로 반복 염색하고 원하는 농도의 색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염색이 완료되면 여러번 헹궈주면서 잿물을 잘 빼내야 한다.
정 관채 염색장의 쪽 염색방법- 나주 샛골마을에서의 쪽 염색
1.쪽 씨 뿌리기
3월 초에 파종하고 보름정도 지나면 싹이 나온다.
2.석회가루 만들기
바닷가의 두껍고 석회질이 많은 조개껍질을 모아서 이물질 제거하고 잘 씻은 후 말려두었다가 가마에 장작과 조개껍질을 번갈아 쌓아놓고 불을 때주고 입구를 봉하고 가마위에도 보온을 유지해주며 굽는다. 이틀 동안 굽고 하루 지나 불 지핀지 사흘 지난 아침에 잘 구워진 조개껍질을 골라 항아리에 담는다. (잘 구워지면 뽀얗고 하얀색이 되고 잘 안 구워진 조개껍질은 어둡고 검은색이 돈다.) 항아리 위에 종이와 한지를 덮고 뚜껑을 덮어 보온을 유지해주며 보름정도 지나면 석회가루가 완성된다. 항아리 속에서 산화되어 소석회가 되는 것이다.
3.쪽 수확하기
7, 8월 꽃대 올라오기 직전의 쪽풀을 해뜨기 전 새벽에 베어낸다.
4.쪽 삭히기
쪽풀을 물에 헹구어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맑은 맹물 부어주고 무거운 돌로 눌러 쪽풀을 완전히 잠기게 하고 1일 후 연한녹색에서 청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색소가 분리되는 것이다. 이 때 한 번 뒤집어 주고 2일 후 쪽대가 누렇게 되고 물렁물렁 해지며 쪽 잎이 녹갈색으로 변하면 색소가 다 빠졌으므로 쪽잎 건져낸다. 채로 찌꺼기 까지 걸러내면 청록색 물만 남는다. 이 때 쪽물은 청록빛이다. (이 때의 쪽 색소는 인디칸이 가수분해되어 인독실(염색가능)이 된다.)
5.쪽 색소 만들기
삭힌 쪽물 열 말에 석회가루 한 바가지를 넣고 당그래로 힘차게 저어준다. 저어주는 동안 쪽 물이 노란색에서 적갈색, 보라색, 청록색, 마지막으로 남색으로 변하며 거품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멈추고 하루 동안 놓아둔다. 다음날 항아리 속의 누런 윗물을 따라내 버리고 남색 침전물을 퍼내어 천을 깐 시루에 옮겨 담고 그늘에 두면 3일 후 침전물 색소(쪽 앙금)만 남는다. (이것을 ‘니람’이라 하며 이 상태에서의 쪽 색소는 인독실이 산화되어 인디고틴(염색안됨)으로 전환된다.)
6.잿물 내리기
삭은 쪽대를 말려두었다가 태워서 뜨거운 재를 시루에 담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잿물을 내린다. 두 번 반복해서 내린 후 바로 사용한다.
7.발효시키기
발효실에서 쪽 침전물 4말에 잿물 10말을 혼합 후 항아리에 옮겨 담고 당그래로 저어준다. 거품일면 항아리 뚜껑 덮고 이불을 덮어주며 발효실의 온도를 25~30℃로 보온을 유지해서 발효시킨다. 보름 정도 지나면 꽃물이 형성된다. 이 때 막걸리 등을 발효제로 넣어줘서 다시 고무래질을 한다. (불용성인 인디고틴을 수용성인 인독실 상태로 환원시키는 과정)
대추알 크기의 남색 꽃거품이 일어나면 ‘꽃물이 일었다’고 하며 노란색 물에 파란색 거품이 떠있는 상태가 완성된 꽃물이다. 꽃물이 일면 쪽물 염료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8.염색하기
발효된 쪽물에 염색할 천을 담가 염색하고 공기 중에서 건조시킨다. 쪽물 속에서 녹황색으로 물들었던 섬유가 쪽물에서 건져내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색소가 산화되어 바로 파란색으로 변한다. 반복염색 후 원하는 색의 농도가 나오면 흐르는 물에 헹구면서 잿물을 완전히 빼낸다.
무명천을 염색할 때는 염색 전에 삶아서 잘 헹구고 말려주는 정련과정이 필요하고 염색 후에는 풀 먹이기, 다듬이질을 해준다.
이렇게 여러번 반복해서 공들인 염색은 옷이 다 헤지도록 입어도 물 빠지는 법이 없다 한다.
윤병운. 정관채 염색장의 쪽 염색방법에 있어 공통점과 차이점 분석
두 장인의 전통 쪽 염색 방법에 있어서 차이점은
1. 석회가루의 원료로 굴껍질과 조개껍질을 사용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고,
2. 쪽을 수확하는 시기를 8월 초순 쪽대가 60~80cm자랐을 때 수확한다는 것과 7, 8월 꽃대 올라오기 직전에 수확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표현의 차이인 것 같다.
수확한 쪽을 정관채 염색장은 물에 헹구어 흙먼지 등을 씻어낸 후 항아리에 담아서 삭히고 있다.
3. 발효방법에 있어 윤병운 염색장은 잿물에 쪽앙금을 넣고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발효시켜서 사용하는데 비해, 정관채 염색장의 발효방법은 니람과 잿물을 혼합 후 발효시키다가 보름 정도 지나 꽃물이 일었을 때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켜 준다는 점이다.
4. 염색 후 처리방법에 있어 윤병운 염색장은 염색된 천을 꺼내자마자 바로 물에 헹구며 산화시켜 주고 있고, 정관채 염색장은 염색 후 공기 중에서 산화시켜 준다는 차이가 있다.
그 외의 염색 전후의 준비과정은 대동소이 하여 거의 같다고 보여진다.
먼저 쪽을 파종하여 재배하고, 석회가루를 준비하고, 쪽을 수확하여 삭히고, 색소를 추출하고, 잿물을 내리고, 혼합하여 발효시키고, 염색하고...
그 순서는 일정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장인의 피땀어린 정성과 노력이 있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서 알 수 있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만 쪽염색의 완성도를 이뤄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달 전 염색체험장에서 쪽염색을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편리성과 경제논리만 내세워 쪽 분말에 유독성 매염제를 이용하고 있었다. 쪽 염색방법을 재고해 봐야 하며 염색후 남은 염액의 처리방법에 대한 심사숙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6.25동란 이후 거의 사라져가던 전통 쪽염색을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쪽씨를 구해다가 직접 재배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재현해낸 윤 병운 염색장의 노고와, 정관채 염색장의 전통를 이어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어 우리나라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고 세계에 위상을 드높이고 있음에 감사한다.
한국전통염색 수업 과제물작성. 2013년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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