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정진/위빳사나수행, 신행노트

2013년 5월 11일..술..좋고 싫음에 대해서..

담마마-마까 2013. 5. 11. 14:38

 

지난 밤의 기억..

 

술을 즐기는 울 서방님은 오늘도 만취에 늦은 귀가 중..

아파트 계단이 쿵쿵거립니다.

계단 올라오는 소리만 들어도 벌써 내 가슴속은 쿵덕거리는데 그 속이 오늘은 조용하네요..

술안주 삭은 냄새가 풀풀.. 방안으로 날아듭니다. 침대에 다가오면 벌써 일어나 나가버리는 나인데..

오늘은 칙칙한 그를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 내 모습을 봅니다.

잠깐 멈칫거리던 그는 이내 내 가슴에 안겨 잠들어버리고..

 

나는 눈을 감고 내 코끝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싫던 술냄새도, 쩔은 담배냄새도 그 순간엔 멀리 바람에 실려오는듯 느껴집니다.

들숨도 길게..날숨도 길게.. 부드럽게 이어지고..  가슴의 억눌린 느낌을 찾아보니 보이질 않습니다.

이렇게 평온한 호흡이 얼마만인지 더듬어보려하니 기억나질 않습니다.

호흡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는  늘 짧고 급박한 호흡만 느꼈었는데 ..  

난 원래 호흡기도 안좋고 폐활량도 약하고.. 체질인가보다 했었는데..

내게도 이런 호흡이 있었네..

코고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듯 ..

계속 호흡주시.. 여전히 길고 고른 호흡..아무런 압박감도 없는 가슴과 복부의 편안한 움직임..

그만 자야겠다는 생각..

 

오늘 아침의 기억..

 

누운 자리에서 코끝을 보니 길고 고르게 드나드는 들숨과 날숨...

가슴도 편안하게 호흡이 이루어짐..

눈을 뜨니 눈꺼풀이 편안하게 뜨임..

평소에는 아침에 눈을 뜨기가 아플정도로 밤새 안구건조증이 심해져 있는데..

일체유심조라더니... 이런건가보네...

다시 눈을 감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런 각성들이 잠깐씩 있었지..

한동안 사이가 좋아졌다가 다시 냉랭해지곤 했었지..

처음부터 부부사이가 나빴던건 아니었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생활도 오랫 동안 했었지..그땐 행복했었지..

언제부턴지 부부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한번씩 서로가 서로에게 불질러버리고..

화가 쌓이고..언제부턴가 외면하기 시작하고..그러다 한번씩 또 불태워 버리고..

생채기만 늘어가고..

 

그렇게 위기감이 고조될때마다 어떤 계기가 생기고 '내가 그러고 있었구나' 각성하게되고..

잠시 좋아졌다 다시 똑같은 생활이 똑같이 구간마다 반복되고..

내 삶이 이렇게 쳇바퀴구르듯 흘러가고 있구나..

파탄이 날것같은 위급한 지경에 이르면 항상 어떤계기가 생겨 각성하게되고..

부처님의 가호가 있으신가...

 

이번엔 다시반복하지않게되기를..

무명에서 깨어나기를..

불법승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귓속이 축축해져옵니다..

눈물이 흐르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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