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정진/위빳사나수행, 신행노트

수행일기.. 커피를 마시며..

담마마-마까 2013. 5. 15. 00:08


전 커피믹스 애호갑니다.

보이차는 좋아하지만 시판되는 대부분의 녹차는 싫어합니다.

연한 블랙커피는 좋아라하지만 설탕커피는 싫어라합니다.

생과일쥬스는 좋아하지만 시판되는 음료일체를 싫어합니다.

생수는 좋아하지만 정수기물은 싫어합니다.

어떤 맛에 대한 나의 느낌때문에 이런 분별을 일으킨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육고기도 별로..음주가무도 별로..시끄러운곳도 별로..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중독된게 있다면 커피믹스입니다.

하루에도 대여섯잔은 기본입니다. 그 진한 향과 고소한 뒷맛이 좋아서..라고 생각하지요..

주변에선 좋지도 않은걸 그리 마시냐고 핀잔아닌 핀잔을 주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위안이되주는 것인지라 끊기가 싫다고 계속 마실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었지요.

그래도 가끔씩 중독의 정신적인 측면이나..건강에대한 염려에서 불안한 면도 없지않아 중간 중간 끊어볼려고 시도는 했었지요.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끊어보려는 생각이 먼저 일어난게 아니라 뒷맛이 게운치가 않아서 왠지 싫은 느낌이 남아 있어서.. 

끊어는 봤지요.. 근데 며칠 지나면 그 진한 커피향과 고소했던 뒷맛이 그리워지고 안좋은 맛은 안중에도 없어지면서 또 커피믹스를 마셨었지요..그것이 몇차례 반복 됐었구요..

요즘 수행하기로 마음먹으니 집중관찰이 좀 되는것도 같아서요.. 오늘은 커피를 마시며 그 맛에대해 관찰해보려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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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의 뜨거운 느낌이 손가락으로 손바닥으로 전해집니다.

어서 맛보고픈 마음에 급히 입으로 가져갑니다. 뜨거운 열기가 콧속으로 들어오고 이어 얼굴 주위에서 열기를 느낍니다.

급했던 마음이 주춤거리지만  평소 식은커피는 싫어하고 커피식는 꼴을 못보는 습관이 있어 후~하면서 바로 또 입으로 갑니다.

한모금 들어가니  남모르게 앗뜨거~하며 급히 삼켜집니다..

뭉쿨거리며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과 아직도 남아있는 뜨거운 기운이 아래쪽으로 넓게 퍼집니다.

천천히 마셔야지 의식되는 마음이 있어 이번엔 후~~불며 조금 마셔봅니다.

달달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한겹위쯤으로 느껴지는 혓바닥 위와 입천장 주위까지 코팅되는듯 고르게 퍼져있는 고소한 맛의 기름막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또 마셔봅니다. 커피스푼으로 하나정도의 적은 양이지만 먼저 조금 삼켜지고 남은 양으로 맛을 느껴보니 단맛이 강하네요.

단맛이 느껴지는 부위는 혀주변 전체에 느껴지면서 차츰 혀끝으로 제일 강하게 느껴지고 뒤이어 고소한듯한 맛이 느껴집니다.

단맛과 고소한 맛을 느끼는 부위는 혓바닥 전체인건 같지만 단맛은 혓바닥 중간 깊이에서 느껴지고 고소한 맛은 혓바닥 가장 윗부분에서 느껴지며 코팅한듯 한 느낌도 있습니다. 

이 느낌은 뭔지 알것 같은데..... 생각납니다.

전 유분이 많은 크림류는 얼굴에 안바릅니다. 화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등도 거의 안바르고요 일년 360일은 맨얼굴로 삽니다.

화장을 안하는 이유는 얼굴피부에 비닐을 씌워놓은것 같은 답답함때문이구요 오죽하면 겨울에 거칠거칠 허옇게 올라오는 각질이 보여도 핸드크림도 안바릅니다. 무언가 피부를 덮어씌운듯한 답답함때문에...

아까의 그 코팅된듯한 느낌이 그것과 유사함을 알았습니다.

다시 적은양을 마셔봅니다. 삼키지않으려 애써보지만 대부분 삼켜지고..그러나 조금 남은 양에서도 맛은 강하게 전달됩니다.

단맛이 더욱 뚜렷해졌지만 설탕의 단맛과는 약간 다르네요..

그 다음느껴지는 고소한맛은 좀전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유지방의 맛도 아닌것이 고소함보다는 텁텁한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쩝쩝거리며 좀더 음미해보니 텁텁함이 더 강해지면서 씁쓰레한 맛이 느껴집니다.

다시 쩝쩝거려보니 혓바닥과 입천장 주위로 텁텁한 무엇인가가 덮어씌어놓은듯 하여 답답함이 있고,

씁쓸한 맛이 더 강하게 옵니다. 커피의 쓴맛과는 다른 씁쓰레함입니다.

커피믹스에 이런 쓴맛도 있었나 놀래집니다.

남은 커피는 내려놓습니다.

그대로 지켜봅니다.

30여분이 다되가도 여전히 씁쓸한 맛이 혓바닥에 밀착된듯 찰싹붙어있습니다. 

그만하자.. 일어나 양치질을 했습니다.

다른때는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니 커피마시고 나면 항상 물을 마셨었습니다. 

좀더 지켜보면 커피믹스를 끊어지려나??

아니면 그 맛과 향에 대한 애착이 남아있어 내 좋은것만 보려하고 싫은것은 못본척 외면하며 계속 마시고있으려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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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향을 느껴보지못했네요..

맛보느라 그랬을까....

내 싫은느낌에 필이 꽂혀서 다른데는 관심이 가지못했나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