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앎은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앎이었고 지식의 일부였음을 알아갑니다.
그에 따라 내 아만과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음을 알아갑니다.
실재하는 앎은 따라잡기가 쉽지 않네요..
알아차림이 자꾸 뒤쳐지는 바람에 졸음만 오고.. 아프고.. 전에 없던 급한일이 생기고.. 다른 방법이 더 좋아보이고..
오늘도 하루종일 졸다가.. 책보다가..졸다..컴 앞에 앉다가.. 어수선하고 희뿌연 하루가 갑니다.
잡초작업하느라 며칠간 지쳤습니다.
둘째 작업날 오후부터 피부가 가렵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그날 저녁은 온몸에 (피부에만..) 열이 났습니다.
알아차림 해볼까 생각은 났지만.. 가려움이 몰려오는 순간 모든 의식은 가렵다는 생각에만 매달립니다.
긁어대며 이틀 쉬고 다시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어제 밭으로 갔습니다.
밭에 도착하는 순간 가렵고 따끔거리고..그래도 마무리는 해야 겠기에 중간중간 입으로 길게 내쉬며.. 가끔씩 짜증나는 맘을 알아차리며.. 저녁무렵 끝냈습니다.
일을 마무리한다는건 그간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고양됐나 봅니다. 경행을 하고 나면 피곤함이 좀 풀리겠지 하는 욕심이 발동합니다.
아직 해가 남아 있어 밭옆 농로를 시벌개진 얼굴에 수돗물을 끼얹고, 신발을 벗고 걸어보았습니다.
산책길이 따로 없음을 길 옆의 아카시아 나무의 싱그러운 잎들과 자귀나무 잎... 찔레나무 순들이 말해줍니다.
약간 경사진 길이라 평평한 길만 경행하고 관찰할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발의 움직임과 느낌에 집중해 보지만 거친 관찰이 이어집니다. 지쳐서 그런가보다 마음을 다독이며 걸어봅니다.
오르막에서 중족골에 와닿는 체중이 더 무거워지고 그에 따른 지탱하는 힘이 더 강해지고 단단해짐을 느낌니다. 내리막길에서도 역시 체중을 지탱하기위한 발의 움직임들이 더 강하고 단단하게 와닿습니다.
지수화풍을 분리해서 보라셨는데.. 오온을 보라하셨는데..
문자로 볼때는 쉬울거 같았고 금방 알수있을거 같았는데 막상 느낌에서 분리해서 보려니 느낌이 잡히질 않고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절대 헷갈릴거 같지 않은 특성이 분명한 사대와 오온의 무더기들이 이렇게 잡히지를 않는구나 하면서.. 순간 내 안에 자리한 아만과 교만,무지의 크기와 깊이를 어렴풋이나마 느낍니다.
다시 집중..뒤꿈치 먼저 닿고 이어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아! 앞 발목의 움직임이 매끄럽구나.. 용천혈 부근으로 약간 더운듯한 기운이 감지되고.. 발꿈치가 올라감에따라 뒤이어 종아리 근육들이 줄어들면서 뻣뻣해지고.. 무릎이 꺽이면서 중족골과 발가락들로 체중이 완전히 이동되고.. 무릎이 꺽이는 움직임은 뻣뻣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기계적인 움직임이랄까.. 그때 어떤 기운이 보일듯 말듯 느껴지고..
용천이나 발바닥 중간쯤에서 원통형 막대기같기도 한 그것이 발목과 무릎의 움직임과 연동해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듯 하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집에가야할 시간이 됐음을 휴대폰의 시간알림음이 알려주는데..
조그만 더 보고 가자.. 조금만 더.. 욕망이 생기고.. 두 바퀴 도는데 25분 걸렸으니 한바퀴만 더 돌고 가자.. 발은 다시 되돌려지고.. 다시 오르막을 향해 움직이고..
그러나 보려고 하면 할수록 느낌은 거칠어져버리고 보고싶은 마음만 강해진다...
왼발 오른발 듦 밈 내림 하면서 그냥 한바퀴 돌고 집으로 향한다..
그후 다음날까지도 벅벅 긁어대는 소리만 요란했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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