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짠 빤냐와로 스님 수행법문 녹취/테라와다불교의 진심 : 담마스쿨

우안거(vassavaso, 雨安居)

담마마-마까 2023. 3. 20. 20:38

* 우안거(vassavaso, 雨安居)

 

달이 가득 차오른 보름날은 테라와다 전통을 따르는 불교도들에겐 특별한 날입니다.

 

고따마 부처님의 커다란 족적은 모두 달이 휘황 찬 보름날 이루어졌습니다.

탄생, 성도, 열반이 모두 위사카 달(visākha, 음력 4월)의 보름날입니다.

또한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최초로 담마(법)를 전하기 시작한

초전법륜일도 아살라하 달(āsāḷha, 음력 6월)의 보름날입니다.

 

4월 초파일을 부처님의 탄생일, 성도재일은 음력 12월 8일, 열반재일은 음력 2월 보름날로 알고 있는 대승불교에서는 초전법륜일에 대해선 생소한 얘기일 것입니다. 어쨌든 초전법륜일 다음날부터 테라와다 스님들은 왓사(vassa)라고 불리우는 우안거에 들어갑니다.

 

안거 날에는 탁발 조차 나가서는 안되니 재가 신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안거가 시작되는 날 사람들은 사원으로 향합니다. 수행자들에게 공양물을 보시하면서 스님들의 3개월 우안거가 무사하게 진행되기를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양을 받은 스님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보시 공덕을 쌓은 신자들에게 공덕회향 게송을 독송해 주는 것으로 보답합니다. 바깥출입 없이 3개월간 사원 안에 머물러 있으니 스님들의 공부는 깊어집니다.

 

재가신자들도 덩달아 3개월 동안 술이나 담배를 끊습니다.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에게 예의를 표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더불어 스스로 번잡스런 일을 피하고, 담마를 듣고 실천하면서, 보다 더 많이 공덕을 쌓고, 수행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활동하신 갠지스 강 하류지역에서는 7~9월의 3개월간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그 외의 계절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이 기간에는 비가 정말 무섭게 쏟아집니다. 땅이 온통 잿빛으로 변한 채 물 밭으로 변합니다. 물고기도 물길이 바뀌면 물가로 밀려나는 일도 생기는 법이고, 물에 익숙하지 못한 작은 동물이나 벌레들은 우기가 시작되면 제 다니던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넘쳐 길과 논밭이 뒤죽박죽되어 버리는 탓에 시기 맞춰 뿌린 씨앗들을 잘못 밟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이럴 때 잘못 나다닌다면 본의 아니게 초목을 밟아 쓰러뜨리고, 거기서 생활하는 작은 생명들을 밟아 죽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 기간은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정해졌습니다.

또한 비에 맞으면 건강에도 나쁘고, 부처님께서 활동하신 지역은 북쪽의 히말라야 산맥과 남쪽의 데칸 고원 사이의 완만한 협곡과 같은 지형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이 일대가 호수와 같이 되어 버려 도로가 차단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의 종교가들은 이 기간 동안 유행하지 않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불교도 이 습관을 받아들여 부처님께서 우안거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고 제정하셨습니다.(anujānāmi vassaṁ upagantuṁ)

 

비구들에게 있어서는 우기의 3개월간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은 할 일이 없는 상태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교와 같은 우안거가 아니라, 불교의 이치에 들어맞는 우안거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재가 불자는 매일 부처님과 비구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한 장소에 며칠도 묵지 않는 부처님이 자신들의 지방에 방문하는 것을 최고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기가 가까워지면 재가 신도들은 모여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동정심을 가지고, 금년의 우기는 여기에서 우안거에 들어가 주십시오.」라고 정식적으로 초청합니다. 만약 승낙을 받았다면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도 기뻐합니다. 신도들은 비구들이 머물 곳, 식사, 약 등의 생활필수품을 보시합니다. 비구들은 그 3개월간 우안거에 들어가 지역 안에서 탁발합니다.

 

또한 초청이 있으면 그 신도의 집에 가서 식사의 보시를 받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신도들이 식사를 준비해서 절까지 가져와 공양 올립니다. 그 3개월간 비구들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설법하거나, 함께 수행합니다. 결국 자이나교도로부터 시작된 개인의 수행에 전념하는 딱딱한 우안거 형태를, 대중들이 함께 이익과 행복을 누리는 우안거로 불교가 바꾸어 버렸습니다.

 

우안거는 음력 6월 16일부터 9월 15일, 혹은 7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의 3개월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전자를 전안거(purimika vassupanāyika),

후자를 후안거(pacchimā vassupanāyikā)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안거를 보내기에 대안거라고도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후안거도 허용됩니다. 혹은 더 많은 시간을 안거하고 싶을 때는 전후안거 모두의 4개월간 안거를 지낼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우기에 많은 전답이 물에 잠기고, 쌀이나 보리 등의 곡식 수확철도 아니었기에, 기근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경전에는 Verañjā의 비구들과 열반전의 Vesālī에서의 일화들을 보면 이 기간에 탁발의 어려움으로 고생한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행동의 자유도 제한되고 있었으므로 비구들에게 있어서의 유행보다는 생활하기 어려운 기간이 우안거이기에, 우안거가 끝난 후에 보시되는 까티나 가사(kaṭhina cīvara)는 그 보상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안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원하는 사원이나 지역을 방문하여 우안거를 지낼 수 있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안거를 지낼 것을 약속하고 그것을 깨버리면 ‘돌길라(Dukkaṭa)죄’에 해당합니다.

우안거를 위해서는 사원의 정비나 방사의 배정, 우기의 목욕 가사(vassikasāṭika cīvara)를 보시받아야 합니다. (우기의 목욕 가사는 우안거 들어가기 보름 전부터 우안거 날까지 보시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우안거를 보낼 예정인 사원에는 보통 보름 전에 도착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다만 부처님의 경우나 현대의 큰 스님들은 2개월 정도 전에 안거 예정인 사원에 도착해있습니다. 전국의 제자들이 각각의 지역에서 우안거에 들어가기 전에 우안거 기간 중의 수행에 관한 지도를 받으러 오기 때문입니다.

 

우안거 시작하는 날에는 대중 모두 담마 홀에 모여 게송 독송과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우안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안거를 시작하는 게송을 독송하고 나면 실제적으로 안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급한 일이 있어 사원 구역을 벗어나게 될 때는 반드시 장로 스님이나 책임자 스님에게 사실을 아뢰고 허락을 구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범계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외출은 7일간이 한계이므로 그 기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어기게 되면 파안거가 되어 우안거를 지내지 않은 것으로 됩니다. 우안거를 몇 차례 겪었느냐 하는 것은 그 스님의 법납과 경력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특히 중요한 것입니다.

 

우안거를 지내는 장소는 보통 사원이지만, 동굴이나 민가의 한쪽 구석에 있는 외양간, 혹은 특수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지, 큰 나무 구멍 속, 납골당, 천막 아래, 흙 굴속 등에서 우안거를 지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곳은 비를 피하고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안거의 생활은 평상시의 생활과 다를 것은 없지만, 이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정한 거주 범위(이것을 계<sīmā>라고 한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결정된 시간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수행이나 공부에 힘을 붙이기에 적절합니다. 그래서 우안거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우안거 기간 동안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결의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출가 스님들은 보통 한 분의 스승과 몇 사람의 제자들로 하나의 상가를 형성하게 됩니다. 스승이라는 것은 은사를 정하여 출가하기에 은사가 스승이 될 수도 있고, 법과 수행을 지도해주시는 스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가한 스님은 적어도 5년간(보통은 10년간)은 스승과 함께 머물며 배워야 합니다. 상가는 하나의 동일한 생활단위이기에 우안거도 보통은 이 단위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특수한 사정을 허락받아서 혼자서 독살이하며 수행하는 스님도 보름마다의 포살일에는 반드시 대중처소에 가야 합니다. 상가의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상가가 우선이기에 개인의 수행이 우선될 수는 없습니다.

 

우안거 동안 출가한 스님들이나 재가자들은 스승이나 선배로부터 설법을 듣고 지도를 받으며 정진하면서, 스님들은 다음 시기의 포교활동에 대비하여 해진 옷가지를 손질하고, 재가자들은 사원에 모여 안거하고 있는 스님들의 의식주를 제공하게 됩니다.

 

우안거 동안 비구들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짜서 활동했습니다. 수행을 완료한 아라한 분들은 후배들에게 명상지도를 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없었던 설법을 다른 스님들로부터 전해 들어 서로 공부하고,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은 계율이나 의례를 선배스님들에게 배우고 익히고, 어떤 스님들은 오로지 수행에 올곧게 힘씁니다. 그래서 어떤 분이라도 우안거의 3개월간을 최대한 유효하게 보낼 수가 있습니다.

 

불교의 세계에서 일 년 중에서 우기 3개월간이 많은 성자를 만들어 내는 시기입니다.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평상시보다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힘쓰는 고귀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기 3개월간은 성스러운 시기라고 서로 암묵의 이해가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