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정진/위빳사나수행, 신행노트

수행일기.. 잡초와 한바탕 씨름하고..

담마마-마까 2013. 5. 22. 02:01

 

외면하는 마음도 성냄에 속하는 마음이고..호흡이 답답해지는 순간이 많음도 내 안에 성냄이 있어서이고..

호흡이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욕망이 내 안에 있고..

바라는 마음이 탐심이란건 알지만..그래도 어쩌랴..

탐심없이 본래의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려면 내 안에 성냄의 근원을 뿌리뽑을수 밖에..

이렇게  생각을 거창하게 돌려보는 이유는.. 감귤묘목위로 덮쳐진 잡초들을 제거해줘야 하기에..ㅠㅠ

잡초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근육들이 바짝 죄어져오는데..그래 더이상 미루지 말자..얼른 해치우고 평온을 되찾자..

 

오늘 아침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해보며 애들 학교 보내놓고는 밭으로 직행..

묘목들은 20~50cm, 잡초들은 내 키만큼..에휴..한숨이 절로나고..

초봄에 제초작업한 이후로 서방님이 어떻게 하겠지..미루며 애써 고개돌리고 있었는데 결국..

농약을 싫어해서 항상 모든 잡초들을 호미, 낫으로만 매다보니 때를 놓치기 일쑤이고.. 잡초의 양도 어마어마.. 크는 속도도 엄청..에고고..

내 탓이지 그때 그때 손봐줬더라면..그래 어쩌겠어 해야지.. 묘목들이 위험한 지경이니 이쪽 밭은 오늘 다 끝내야 겠다.

오늘 법사님과 전화 면담도 해야되는데.. 호흡관찰하면서 일해봐야지..

그런데 호홉관찰 들어가기도 전에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고 어깨근육들이 빡 긴장하면서 낫을 쥐고 잡초를  당겨오는 내 몸이 먼저 보인다..

다음번도 역시.. 힘을 빼볼까..그래도 여전히 힘은 빡빡 들어가고..

그렁저렁 두어시간이나 지났나.. 뜨거운 햇살이 따갑다..

헉헉 내쉬는 숨이 가파르고 뜨겁다.. 얼마후 코주변도 입주변도 뜨거운 김이 팍팍 와닿는다..

어제 햇살은 봄햇살같더니 오늘은 한여름 햇살같다. 

어제 바람은 선선했는데 오늘 불어오는 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지 못한다...

후욱~ 아랫배를 잡아채듯 당기며  몰아치듯 뱉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콧구멍으로 짧게 지나간다.. 다음 호흡도 계속 그렇게..

앙다문 입술의 무게가 느껴져 입술을 열어본다.

후욱~당겨지는 아랫배와 입으로 나오는 뜨거운 바람..코로 내쉴때보다는 약간 길게 나온다..

그러나 가슴속에 뜨거운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의도적으로 몇번 더 입으로 들이쉬고 길게 내쉬어 본다.

여전히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만 가슴이 살짝 서늘해지는 느낌..

힘들어가는 손과 어깨때문에 호흡을 놓침..

사이사이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낄때마다 의도적으로 입으로 호흡..여전히 뜨거운 바람이 코로 입으로 나오고..

가슴이 약간 서늘해졌다 싶으면 다시 일 욕심에 호흡 놓치고..계속 반복되는 싸이클..

 

점심시간 지나서 법사님과 전화면담..

경행을 할때 그냥 알아차림만 해야 합니까?,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도 괜찮습니까?, 의도적인 움직임과 집중하려는 노력의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긴장해가면서 질문을 드리니..
"알아차리고 하면 돼요!" 간단명료하게 답해주시는 목소리에 편안함이 감돈다.

지난번 면담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법사님께 감명을 받은 부분은 초보의 수행일기도 꼼꼼히 읽고 계신다는 점..

지난번 그걸 느끼고 나서 수행일기 열심히 쓰기로 마음먹었고..

수행일기 쓸려면 실수행을 해야한다는 점..

그래서 그냥 지나쳐버릴까 생각이 들다가도 밀린숙제 하는 기분으로라도 수행시작하면 집중이 되기 시작하고 집중이 되다보면 많은걸 알아지게되는 이익이 있음을 알게되고..더욱 의욕이 생기고..

도반님들의 댓글 성원도 뒤에서 밀어주는 큰 힘이 된다는 점..

신기한건 실수행하면서 몸으로 느낀 부분, 알아차림 한 부분은 드라마처럼 상세히 기억이나고 잊어버릴수가 없다는 점..

경전이나 다른 책들을 볼라치면 읽는대로 슥슥 지나쳐버리는 내용들..돌아서면 기억해낼수 있는 단어들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고..

궁금한 부분은 보고 또보고 하지만 여전히 암기는 안된다는 점.. 알수없는 ..

 

그후에 저녁까지 계속 작업했지만 오전의 알아차림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답답한 고통이 있고 나서야 알아채고 뜨거워진 열기를 조금이나마 뱉어내려했다는..

그래도 그런 노력이 있어서일까..

이렇게 작업을 하고 난 밤이면  밤 12시가 지나도 가라앉지않는 얼굴의 홍조와 가슴의 답답함이 오늘은 많이 가라앉아 지금은 추위를 느끼며 글쓰는 중..

근육을 지나치게 흥분시키면 잠이 안 오는 법(나의 경우..)

집안에 챙겨야 될게 많이 있어 밤 12시가 지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오전 1시 반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내 눈은 똘망똘망..(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그러고 보니 손의 움직임이 좀 부드러워졌다. 다른때 같으면 내일 아침까지도 주먹쥐기가 힘들정도로 뻣뻣해져 있을텐데..

내일도 할일이 많은데..아유, 그건 내일 일이고..

이렇게 일하는 습관때문에 집에오면 너무 힘이드니 밭일하는것이 싫을수밖에..

어차피 할일이면 빨리 끝내고 쉬자..하는 생각으로  일을 빨리 끝내지만 오늘 다해야지 하는 성급한 맘과 성급한 움직임..

일이 힘드는건 참을 수 있는데 온몸이 뻣뻣해지면 ..특히나 어깨가 바짝 굳어있고 두 손이 뻣뻣하여 주먹을 쥘수 없는 상황이 제일 싫다..

내 탐욕과 성냄과, 특히 관념과 실재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내 어리석음이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일도 많이 하고 몸도 빨리 풀렸으니..좀 괜찮은걸..ㅎㅎ